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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벽화이야기-구정선사

광명사 | 2017.04.24 22:27 | 조회 3179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마을에 비단장수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강원도 대관령고개를 넘어가다가 고개 마루에서 쉬고 있는데 누더기를 입은 노스님 한 분이 꼼짝도 않고 오랜 시간 서있는 것이었다.


비단장수 청년이 노스님에게 다가가서


"대사님께서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하고 묻자, 노스님께서 자비로운 미소를 띄우시며


"잠시 중생들에게 공양을 시키고 있는 중이네."


이 말을 듣고 더욱 궁금해진 비단장수 청년이


"어떤 중생들에게 무슨 공양을 베푸십니까?"


하고 재차 묻자


"내가 움직이면 옷 속에 있는 이나 벼룩이 피를 빨아 먹기 불편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잠시 꼼짝 않고 서있는 것이라네."


  이 말을 들은 청년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세속의 생활이 하찮게 느껴지고 자기도 노스님의 제자가 되어 수도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났습니다. 한번 마음이 굳어지자 비단보퉁이도 팽개쳐 버리고 산길을 오르는 노스님의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비단장수 청년은 노스님의 뒤를 따라 오대산의 동대관음암이라는 곳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비단을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노스님의 인자하신 용모와 거동에 마음이 끌려

문득 저도 노스님을 따라 수도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쫓아왔습니다.

부디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습니다. 노스님은 청년에게


"네가 중이 되겠다고? 그렇다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겠느냐?"


하고 물었더니

 

"예!스님께서 시키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다짐을 받고서야 겨우 출가를 허락받았습니다.


어느날 노스님께서는 새로 들어온 행자에게 커다란 가마솥을 옮겨 거는 일을 지시하셨습니다. 행자는 노스님께서 시키는 대로 흙을 파다 짚을 섞어 이기고 솥을 부엌에 걸어 마쳤을 때는 벌써 한 낮도 기울고 있었습니다. 부엌에 들어와 솥 걸어 놓은 것을 보신 노스님께서는


"솥은 잘 걸었다만 이쪽은 필요가 없겠으니 저쪽 아궁이로 옮겨 걸도록 하여라."


하고서는 나가 버리셨다. 청년은 다음날도 일찍부터 어제 정성스레 걸어놓은 솥을 다시 떼어 옆의 아궁이에 다시 정성을 다하여 옮기고 잔손질까지 다 마쳤을 때 노스님께서 다시 들어오시더니 화난 목소리로


"이놈!이게 솥 걸어 놓은거냐? 한쪽으로 틀어졌으니 다시 걸도록 하여라."


하고는 짚고 있던 석장으로 솥을 밀어내어 내려 앉혀 놓고 말았습니다. 청년이 보기에는 틀어진 곳이 없었지만 다시 하라는 분부에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시키는 대로 다시 할 뿐이었다. 이렇게 하여 솥을 걸고 허물어뜨리기를 9번을 반복하였습니다. 드디어 노스님께서도 구도심을 인정하시고 솥을 아홉 번 고쳐 걸었다는 뜻에서 구정(九鼎)이라 법명을 내리고 제자로 받아들였습니다. 구정은 뒷날 크게 수행하여 명성을 떨친 구정선사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구정선사와 같이 진심내지 않고 솥을 아홉번이나 걸수 있슬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벌써 포기하고 말겁니다.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진심을 내려놓고 하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구정선사에게서 하심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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